쏘카에서 출시한 제로카 (
https://zerocar.socar.kr/) 를 제로카 1기로서 2년간 운영한 소회를 적어본다. 아래는 먼저 그간 썼던 관련 포스팅을 옮긴다.
(1) 제로카 셰어링 당첨, 그리고 차량 인수
http://visionigniter.blogspot.com/2016/07/blog-post.html
(2) 제로카 셰어링 한달 사용기
http://visionigniter.blogspot.com/2016/08/blog-post.html
(3) 제로카 셰어링 8개월 운영기
http://visionigniter.blogspot.com/2017/03/8.html
그래서 제로카는 뭐하는 상품인가, 등에 대한 내용은 위의 글들을 참고.
본인은 1기였기 때문에 이후에 출시된 2기, 플러스 등보다 조건이 괜찮았음에도 운영에는 정말 고난이 많았다. 정말 많은 문제들이 있었는데, 이를 모두 범주화하기는 힘들지만 대략 그룹지어보면 아래와 같다.
* 제로카 파트너 커뮤니티에 공유되거나 필자가 직접 찍고 기록했던 실제 사례들 중 매우매우(x100) 일부를, 이해를 돕기 위해 중간 중간 첨부했다.
# 주차문제
제로카를 이용 후 오주차 하는 경우이다. 지정된 위치에 차를 세우지 않는 것 외에 이중주차해서 다른 차량을 막거나, 차들이 다니는 통로에 차를 세워버리거나, 불법주차 딱지를 떼는 구역에 세우거나, 등등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황당한 주차 케이스를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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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 올라온 주차 관련 글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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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사진 |
주차장이 매우 충분하거나, 제로카를 위한 주차면을 단독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닥 발생하지 않을 문제같지만 주택가에서 제로카를 운영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로카 상품 자체가 아파트 단지 등 주거지에 두는 것을 타겟으로 하는데 - 즉, 서비스 이용을 위한 Last Mile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는 - 특히 서울 시내 아파트들의 주차장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라면 말할 것도 없이 이중, 삼중 주차가 난무한다.
쏘친 (쏘카에서는 쏘카를 이용하는 고객을 쏘친이라 부름)이 주차 공간이 넉넉치 않을 시간에 차를 빌려 사용 후 반납한다고 생각해보자. 보통 오밤중, 새벽이 이에 해당되는데, 더 나쁜건 이 시간대에 이용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는 일면 당연한게, 대중교통은 끊기고 택시는 비싸지는 시간대이다.
차를 이용하고 주차할 공간이 없는 경우, 지정 위치를 벗어나 엉뚱한 곳에 반납하거나 이중주차를 하는 등의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정상적이라면, 이 일은 아래 두가지 경우로 종료되어야 한다.
1) 지정 위치가 만차라 다른 어딘가에 주차해 두었음을 앱과 고객센터를 통해 남겨두기
2) 이중 주차시에는 다른 차량의 통행에 방해되지 않게 적절히 주차해야 하며, 당연히 다른 차들을 위해 기어는 중립, 사이드 브레이크는 해제하여 주차
하지만 불행한건 이렇게 정상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접 경험한 일들만 풀어도 한시간 넘게 얘기할 수 있을텐데 최대한 간략하게 일어나는 일들을 순서도로 풀어보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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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카 파트너의 '고난의 행군' |
몇가지 사례들만 좀 더 상세히 기술해보면…
쏘카 이용 후 반납 가능/허용 영역 (GPS를 이용해 해당 차량이 지정 구역에 들어오지 않은 경우로 판단되는 경우 반납처리가 되지 않는다) 은 제로카의 경우 우편번호 구역 수준이었는데, 서울에서의 우편번호는 보통 아파트 단지 한개 정도를 커버하게 된다.
예를 들어 원래 지정 위치가 1동 주차장인데 여기에 자리가 없어 13동에 주차했다치면, 다음 이용자는 당연하게도 차를 찾기 어렵고 고생을 하게 된다. 여기서 벌어지는 각종 해프닝들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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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엿먹은, 예를 들면 이런 에피소드 |
또 이중주차를 하고는 기어를 P에 두고 차문을 잠가 반납하거나, 멀쩡히 자리가 비어있는데 자기 집앞 가까운 곳에 세우고 아무런 기록을 하지 않거나, 등등등등 정말 끝도 없다.
새벽마다 차의 위치를 확인하는 일은 2년간 매일 했고,
거의 3일에 한번씩은 쏘카 고객센터와 함께 차가 어디있나 GPS와 경적을 동원해 찾고, 이를 정위치 시키는 일을 해왔다. 이런 류의 일이 상기 순서도의 '제로카 파트너의 빠른 뒷처리'에 해당한다.
# 차량 사용 전/후 관리문제
이 또한 상당 부분 결국 쏘친의 ‘소양'의 문제인데, 문제는 이 관리의 책임은 파트너에게 지워진다는 것이다.
아래 문제들은 모두 실 사례들이다.
1) 쏘친의 차량 운행중 사고 발생 후 미신고
사용 후 범퍼, 휠에 스크래치, 문짝이 찍혀있거나,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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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확인한 사고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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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퍼를 이렇게 찍어놓고도, 인지한 상태로도 신고하지 않는다. |
2) 차량 내/외부 오염
담배 냄새가 나거나, 개똥이 있거나(뒷좌석에 박스, 그리고 거기엔 개똥만이 남아있었다는...) 고양이 털로 난리가 나 있거나, 뭔 자재를 잔뜩 싣고 운행하여 차량 내부에 부스러기와 스크래치가 심하거나, 등등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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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털 스토리 |
# 기타
1) 밤새 비가 왔는데 새벽에 차를 확인하니 차 창문이 열려있어...
확인하니 뒷좌석에 비가 들이쳐 고여있고..
2) 피임 용품과 이벤트 속옷(!!)이 차에 굴러다니거나...
사진에서나 보던 이 친구의 정체를 첨에 못알아보고 한동안 이리 펴보고 저리 펴보고 하다가 이것의 정체를 깨닫게 되었다. --;;;
(차에서 뭘 하던 난 별 상관없는데 깨끗하게 사용하고 치우란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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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에서 발견된 증 제1호. 본명 '에블린 갈라빤스' |
3) 실내등을 켜놓고 시동을 꺼 차량이 방전 상태가 되거나...
토요일 아침에 느닷없이 쏘카 고객센터로부터 전화가 와서는, 제로카 차량이 방전 상태인데 가서 시동을 키고 조치를 하랜다. 밤새 나갔다 온 차량이 어디 주차되어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게다가 나는 일정이 있어 나가야 하는 시간이었다.
짧지 않은 시간으로 두어번 통화했는데, 나의 입장은 “이 문제는 차량을 이용하고 비정상 반납한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 아니냐, 그리고 나는 그 시간에 온전히 쏘카 플랫폼에 제로카를 임대했으니 그 사람이 조치를 못한다면 쏘카에서 알아서 처리할 일이다.” 이었고,
내가 조치할 상황이 아니었으며 태도의 완강함을 인지한 쏘카는 놀랍게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당연히 다시 나에게 인터폰이 왔고, 결국 나는 어디있는지 모르는 방전되어가는 차량을 찾아 나서야 했다.
차를 찾으러 가고 있는 길에…차를 거의 찾았을 때쯤 뒤에서부터 경비아저씨들이 자전거를 타고 뭔가 짜증내며 접근해 오고 있었다.
단어하나 틀리지 않고 당시 문장을 그대로 옮겨보면…
“어이~ 박씨! 차 한대 찾아봐! 하얀색 아반떼라는데!! 어떤 미친놈이 차 등을 켜놓았서 방전되었다고 그 차 찾아서 꺼달라는데 뭔소리여 이게!!”
차를 찾은 나는 '박씨 아저씨'를 쫓아가며
“이 차 이구요, 제가 조치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보내드렸다.
신고/연락받은대로 차는 방전되어 있어 스마트키로 차가 열리지도 않았고, 수동으로 열어 시동을 거니 당연히 시동도 걸리지 않아 나는 긴급 정비 서비스를 호출해야 했다. 견인차의 점퍼 케이블로 시동을 걸고, 정비사님은
“30분 정도는 시동 건대로 두셔야 합니다" 하고 가셨다.
그 날 나의 일정은 취소되었고 차에 덩그라니 남아 앉아, 내가 쓴 시간과 스트레스, 기회비용 등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당연히 없었다.
# 쏘카의 응대, 운영정책
응대, 그리고 그들의 운영 정책과 관련한 할말도 많지만 큰 틀은
“이익은 내 것, 손해와 책임은 너의 것. 하지만 우린 파트너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할많하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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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불상 사고는 누구의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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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센터 응대와 관련한 한가지 에피소드만 풀어보면, 약 1년전 다른 일정으로 해외에 있을때였다. 한국 시간으로 아침에 쏘카 고객센터, 관리사무소로부터 줄창 전화가 오길래, 또 무언가 주차 관련 문제가 발생한 불행한 느낌을 확신하며 전화를 받았다.
차량 주차 문제일테니 로밍중이지만 전화를 받고, '
로밍중이니 최대한 빨리 얘기해달라’ 하니
‘네 알겠습니다' 하더니 늘상 그들이 하는 프로세스 그대로 천천히 그리고 친절히 읊기 시작한다.
‘그럼 소중한 고객 정보 확인을 위해 몇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차량번호와 전화번호, 성함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심지어 어김없이 잘못된 이중 주차 때문에 관리사무소, 경비실, 차주들로부터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누구인지 알고 전화를 해놓고서도, 이들의 프로세스 준수는 어마어마했다. (당연히, 비단 이 에피소드 상황만이 아니다.)
이때 심지어 타이밍은 기가막히게도 입국 심사를 받던 타이밍이라, 전화를 빨리 끊으라고 두번이나 심사관으로부터 협박 당해야 했다. --;
국내 다른 지역으로의 출타, 혹은 해외 출장의 경우 이들의 이런 기계적이고 일률적인 응대, 지연으로 파생/확대되는 문제들은 정말 심각해졌다. 어떻게 이렇게 기계적이고 한심할까 싶을 정도로 같은 정보를 되묻고, 여러명이 돌아가며 묻고 등등.
* 그나마 이후에 좀 바뀐 응대 프로세스는
“010-1234-1234, 12호 1234 차량 고객님, 홍길동님 맞으십니까?”를 확인하는 것으로 약간 단축되었다.
# 그들의 마무리
끝으로 매우 정을 떼게 한 사건은 그들의 쿨한 마무리였다.
1년의 제로카 사용 계약이 마무리되던 시점에 제로카 고객센터로부터 전화가 와서
“연장 대상이 아니다. 차량은 언제 반납하면 되니 언제 시점까지 차량을 구성품과 함께 지정위치에 두시면 된다" 라고 안내를 받게 되었다.
불연장 사유가 뭐냐고 물으니
“본인은 아르바이트라 잘 모르겠는데, 주차장 문제인것 같다” 라고만 답을 한다. 불연장 사유에 대해 최소한 명확히 얘기해줘야 하는것 아니냐. 사유를 확인해서 알려달라, 단순 통보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하니 확인 후 전달 드리겠다고 하고 1차 통화는 종료.
하루 정도 지났나. 제로카 고객센터로부터 재차 전화가 왔고, 짜증난 목소리의 담당자가 물어온다.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짜증난 목소리였고 나한테 되려 따지는 목소리였다.
이어지는 대화는 대략 아래와 같다.
담: 계약 해지 관련 문의했다고 들었다. 뭐가 궁금한거냐.
나: 계약 해지 사유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다고 얘기했다.
담: 운영중인 위치의 주차장 상태가 좋지 않아 해지된거다. 이중주차 등으로 민원이 많이 들어오지 않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냐?
나: 주차장 문제라고만 하고 정확히 설명듣지 못했다. (매우 일부만 적은 위의) 개고생들을 2년 동안하고, 당신들이 맨날 ‘파트너'라고 지칭하던 이들에게 이따위로 단순 통보하는게 말이 된다라고 생각하냐.
담: (그제서야…) 앞으로 주의하겠다.
2년 동안 '파트너'로 지칭하며 쏘카를 대신해 온갖 관리와 개고생을 하던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정확한 안내도 없이, 배려도 없이, 심지어 예의도 없이, 프로세스에 따라 단순 통보하고 털어버리는 쿨함에 놀랐다.
당시 쏘카 고객센터, 그리고 계약 등과 관련한 모든 통화는 녹취했기 때문에 이 기록 자체도, 당시의 상황, 그리고 전화온 담당자 이름도 정확히 알고 있지만 그게 중요한건 아니니 생략...
# 마치며
카쉐어링, 그리고 제로카와 같은 BM은 아무튼 정말 좋은, 더군다나 고등어와 삼겹살을 심하게 구워 미세먼지가 날로 심해지고 있는 한국에서 꼭 필요한 환경 친화형 사업이라 생각하지만 아직은 갈길이 정말 너무나 멀다는걸 처참하게 느낀 2년이었다.
2년간 거의 매일 새벽 6시 전에 차량의 위치를 확인하고 이동주차 처리 등을 해오고,
아무리 늦은밤에 혹은 악천후에 퇴근해도 차량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하고 정상적인 주차 위치로 옮겨놓고, 자다가도 밖에서 경적 소리가 울리면 깜짝깜짝 놀라고,
모르는 번호나 쏘카 고객센터, 관리사무소로부터 아침에 전화가 오면 긴장하며 받고,
주말 아침에는 인터폰에 긴장하고.
지나고보니 어떻게 이걸 해내왔나 싶을 정도로, 어떻게 그렇게 지냈온 것이었는지.
지금도 출근길, 퇴근길에 새삼 평안함을 느낀다.
나의 계약은 종료되었고, 앞으로도 이를 다시할 생각은 없지만...
공유 경제의 지향점, 선순환 싸이클을 무너뜨리는 이들을 이 시스템 내에서 완전히 제거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좀 더 Incentive와 Penalty를 훨씬 정교하게 설계하고 보완/운영하는 사업자가 나와 이런 형태의 서비스가 모쪼록 성공하길 바라며,
그리고 '공짜로 차를 이용한다', '저렴하게 내 차처럼 사용한다' 라는 프로파간다와 허상의 이면을 알리기 위해,
생각나는대로 좀 적다보니 처음 적으려던 것보다 길어졌다. 끝.